[오션 뷰] 세계해양포럼을 끝내고
2019-11-03
부산에서 열린 사흘간의 해양지식 축제, 세계해양포럼(WOF)이 지난 1일 막을 내렸다.
세계해양포럼을 2년째 준비해 온 기획자 중 한 사람으로서 폐막은 그 자체로 큰 아쉬움이 된다. 일찍 막을 내려서가 아니라, 더 많은 것을 보여주지 못하고, 좀 더 철저히 준비를 하지 못한데 대한 아쉬움이다.
그럼에도 올해 세계해양포럼은 나름대로 호평을 받았다고 자부한다. 우선 참석자 수가 예년에 비해 30% 이상 증가했고, 세션 중에 자리를 뜨는 중도 이탈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 그만큼 각 세션에 대한 청중의 몰입도가 컸던 것으로 이해된다.
포럼 후 문의도 많았다. "세션에 참가하지 못했는데 자료라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요청이었다. 특히 미래 예측과 진단이 흥미로웠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기조세션의 영상자료 요청이 잇따랐다. 4차산업혁명과 세계무역전쟁, 장기 경기침체 등으로 미래가 불안한 상황에서 명쾌한 현실 진단과 대응전략에 대해 사람들이 얼마나 목말라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었다.
올해 세계해양포럼은 인터넷 사전등록에서 1000명 이상이 참가를 신청함으로써 개막 전부터 성공을 예감케 했다. 1000명의 사전등록이 별것 아닌 듯 보이지만, 해양이란 주제가 게임이나 영화처럼 대중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이는 매우 이례적이다. 현장 등록도 기대 수준을 넘어섰다. 그 중 해운 세션은 오전에만 열렸음에도 참가자가 넘쳐서 좌석을 30개 이상 급히 늘렸고 객석과 발제자의 질의응답도 격렬(?)했다. 산업현장의 욕구를 찾아내고 이를 제대로 반영하는 것이 포럼이나 정책 개발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은 계기가 됐다.
세계해양포럼은 한국해양산업협회가 주관하고 해양수산부와 부산시, 〈부산일보〉가 공동 주최한다. 언론은 행사 기획과 홍보를 맡고 해양수산부와 부산시는 예산을 담당한다. 하지만 두 기관이 공동 주최자로 선정된 것은 단지 예산 때문만은 아니다. 더 큰 이유는 정책 수립과 집행 때문이다. 포럼이 탁상공론에 그치고, 그것이 탁상행정으로 이어지는 폐해를 막기 위함이었다. 즉, 세계해양포럼이 해양산업 현장의 욕구와 대안을 모색하는 가교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해양수산부와 부산시의 참여가 꼭 필요했던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세계해양포럼 기획위원에는 해양수산부 해양정책실장과 부산시 해양수산물류국장이 당연직으로 포함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두 기관의 열정은 올해 세계해양포럼에 보인 참가자 수준에 크게 못 미쳤다. 특히 해양수산부는 세계해양포럼에서 분출된 해운, 조선, 항만, 수산 기업들과 석학들의 수많은 욕구과 조언을 담아내는데 충분한 애정을 보이지 못했다. 우선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의 개막식 불참이 아쉽다. 국회 일정이란 불가피성을 이해한다고 해도 그는 포럼 마지막날인 지난 1일 부산을 찾았을 때 뒤늦게라도 세계해양포럼을 방문해야 했다.
세계해양포럼에 대한 그의 태도는 전임 장관들이 보인 애정과도 비교된다. 전임 장관들은 개막식 참가는 물론이고, 고위직과 산하 기관장들에게 세계해양포럼 주요 세션 참가를 일부러 독려했다. 포럼에서 제기된 전문가들의 견해와 조언을 최대한 정책에 반영하려는 노력도 보였다. 세계해양포럼이 해양수산부의 최대 지식축제이며 다른 포럼과도 확연히 구별된다는 장관의 인식이 컸기 때문이다. 문 장관의 태도는 해양수산부 공무원 전반의 인식에도 투영된 듯하다. 해수부가 스스로 발제자로 추천한 수산직 간부는 포럼 개막을 겨우 일주일 앞두고 불참을 통보했다. 포럼 기간 내내 해수부 공무원이 세션을 모니터링하는 일도 없었다.
올해 세계해양포럼은 한진해운 부도 이후의 해운금융과 항만정책, 스마트 수산양식, 해양 플라스틱 문제, 해양수산 ODA(공적개발원조)와 신남방정책 등을 다뤘고 전 세계 15개 국가의 석학과 정책 관계자, 국제기구 책임자 등이 참가했다. 해양수산부가 관심을 갖고 정책에 반영할 제언이 적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원문: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191103185653344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