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F] “조선업계, 탈탄소 기술 선도해 새로운 먹거리 마련해야”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탈탄소 세션

기후변화 대응 주도 한국에 기회
탄소 포집·운반 선박 등 연구 필요

변화 대응 않으면 선박 운행 불가
대체연료 추진선 등 경제성 높여야
그린포트 설정, 저감 방안 준비를

 

신동식 한국해사기술 회장이 ‘제16회 세계해양포럼’ 둘째 날인 26일 부산롯데호텔에서 진행된 ‘탈탄소’ 세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세션 좌장을 맡은 이연승 홍익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WOF 사무국 제공

“이산화탄소 포집 등의 친환경 기술 개발을 우리나라 조선업계가 선도할 수 있습니다.”

26일 부산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6회 세계해양포럼’(WOF)의 탈탄소 세션에서는 해양업계를 선도하기 위해선 조선, 해운, 항만 분야에서 탄소를 저감할 수 있는 탈탄소 기술이 핵심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산화탄소,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탈탄소 분야 기조연사로 나선 신동식 한국해사기술 회장은 “탈탄소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표다. 하지만 화석연료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은 지금 단계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든다”며 “무탄소 연료의 전면 사용 이전까지는 이산화탄소가 나오는 화석연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CCUS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CCUS 기술이란 탄소(Carbon)와 포집(Capture), 활용(Utilization), 저장(Storage)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대기에 배출되는 탄소를 포집하고 바다 밑 지층이나 땅속에 저장해, 탄소를 다른 유용한 물질로 바꾸는 친환경 기술이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발생한 탄소를 대기에 배출하기 전 화학 흡수제를 활용해 분리하고 포집하고, 이를 파이프라인이나 선박으로 수송한 뒤 땅속이나 바다, 암석에 저장한다. 저장된 탄소를 탄산칼슘이나 메탄올, 산업·식품용 액화탄산, 드라이아이스, 반도체 세정액 등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등을 포집하는 기술 등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현실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가장 합리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재생에너지나 원자력을 통해 기후변화를 대응하는 것은 천문학적인 돈이 들 뿐만 아니라 시간도 많이 걸린다”며 “특히나 한국과 같이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기 어려운 환경인 국가의 경우에는 더욱더 힘들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에 대한 기준이 엄격해지는 가운데, 이는 조선업계에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선박들의 대부분이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벙커C유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다른 물질로 바꿔 주는 기술을 조선업계가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탄소를 포집하는 기술, 이러한 탄소를 운반하는 선박, 다른 물질로 변경된 탄소를 땅속에 넣는 시스템 등에서 조선업계가 적극적으로 연구에 나서고 상용화를 이룬다면 또 다른 조선업계의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는 탄소 포집 기술과 관련된 국제 기준을 만들고 다양한 기관 및 정부와 협력해서 기술을 빠르게 개발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나라 조선업은 세계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항상 좋은 것을 항상 빨리 따라만 했다. 이제는 먼저 행동해야 한다”면서 “탄소 포집, 기술, 포집 공장, 핵화저장, 하역시설, 선박운송 전용선 등에 대한 기술을 개발한다면 업계를 떠나 한국의 새로운 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발제에 나선 김부기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소장도 “완전한 탄소중립으로 가기 전의 저탄소 연료 사용 등의 징검다리 전략이 가능하다”며 “연료 공급체인과 선사, 정부 등이 협력해서 이러한 전략을 마련해야만 업계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해운업계 “각종 규제에 미리 대비해야”

해운업계에 탈탄소라는 개념은 더 이상 구호가 아닌 생존을 위해 피할 수 없는 길이 됐다. 최근 IMO가 각종 환경규제들을 새로 만드는 선박뿐만 아니라 기존의 선박에도 확대 적용하기로 하면서,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지 않으면 아예 선박 운행이 불가할 수도 있다. 2020년 1월부터 발효된 IMO의 ‘선박연료 황산화물 함유량 감축 규제’에 따라 모든 선박연료의 황함유량을 기존 3.5%에서 0.5% 이하로 강화되면서 전세계 해역의 모든 선박은 이를 따라야 한다.

 

그동안 선박연료로 유황성분은 많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벙커C유가 주로 사용돼 왔지만 제동이 걸린 것이다. 이제 친환경 선박운항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선박의 속도를 줄여 이와 같은 규제를 만족시킬 수는 있지만, 이런 경우 수익성이 없어 사실상 선박 운항을 중단해야 하는 최악의 경우도 맞이하게 될 수도 있다.

이에 해운업계는 각종 규제를 지키면서도 선박의 경제성을 높일 수 있는 대체연료 추진선, 친환경 연료 공급망 구축 등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규봉 HMM 해사 총괄은 “먼저 해당 규제로 인해 어떤 일이 발생할지에 대한 시뮬레이션이 중요하다”며 “IMO의 규제가 매년 강해지고 있기 때문에 선박이 규제를 지킬 수 있는지 매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HMM은 이런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각종 친환경 연료 공급기업와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고, 대체연료 추진선 개발·운항 등을 통해 탈탄소 흐름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만 등에서도 오염원 별로 탈탄소와 미세먼지 저감 목표를 정하고 시행해 나가고 있다. 특히 항만에서는 배후단지나 각종 운반장비 등에 대한 탈탄소가 가속화 되고 있다. 진규호 부산항만공사 경영본부장은 “항만에서 사용되는 야드 트랙터, 각종 컨테이너 운반 트럭, 항만 안내선 등과 관련해 환경오염을 저감시키는 방안 등에 대해 고려하고 있다”며 “그린포트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항만 등지에서도 탈탄소 및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방안들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