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WOF 명강] 2. 해양 다큐 ‘나의 문어 선생님’ 크레이그 포스터 감독
21.10.14
“지구로부터 얼마나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까라고 고민하지 마세요. 대신 지구를 얼마나 잘 지킬 수 있을지를 고민해 주세요. 자연은 그런 마음으로 늘 우리를 보살폈고 가르쳤습니다.”
넷플릭스 해양 다큐영화 ‘나의 문어 선생님’ 제작자 겸 영화감독인 크레이그 포스터는 “대자연을 어머니처럼 생각하라”면서 이 같이 조언했다.
‘나의 문어 선생님’은 남아공 해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암컷 문어의 삶과 죽음을 다룬 해양 다큐영화다. 그러나 전형적인 환경 다큐와는 이야기 구조부터 다르다. 사람과 문어란 두 생명체가 엮어낸 씨줄날줄의 교감이 전 세계 시청자의 마음을 크게 울렸다.
슬픈 감동이 오랫동안 뇌리에 각인됐고 각종 SNS에서도 회자됐다. 해양환경 보호를 외친 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영화가 끝날 무렵 대자연의 숭고함에 가슴이 먹먹함을 느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그런 감동 속에서 ‘나의 문어 선생님’은 올 4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오스카상(장편 다큐 부문)을 수상했다. 그를 제15회 세계해양포럼(해양환경 세션)에 초청했다. 부산에 직접 와 줄 것을 원했지만 그는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이유로 남아공을 떠날 수 없다면서 영상 인터뷰를 자청했다.
영상 인터뷰는 국내 인기 방송인이자 세계자연기금(WWF) 한국홍보대사인 타일러 라쉬가 맡았다. 두 사람의 영상 인터뷰는 세계해양포럼을 하루 앞둔, 오는 25일 오후 3시 온라인에 전격 공개된다.
영화는 그의 고향인 남아공 칼라하리 해초 숲에서 촬영됐다. “아프리카 남부 끝자락까지 이어지는 1400㎞ 길이의 수중 바다 숲입니다. 어릴 때부터 물장구를 치며 놀았던, 너무나 익숙한, 집 같은 공간입니다.”
영화는 단 85분에 그치도록 편집됐지만, 그는 “수년에 걸쳐 수천 시간을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첫해에는 어떤 영감도 얻을 수 없었습니다. 2년째가 되자 바위에서 작은 생물이 남긴 점액 정도를 확인할 수 있었지요.” 모든 장소에서 엄청난 수의 흔적을 발견하기까지는 그로부터 1년이 더 필요했다고 그는 말했다. “믿을 수 없이 작은 자국이지만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깨달았지요.” 그는 그 순간을 “비밀의 세계에 들어간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이른바 ‘대자연과의 연결’이었다.
“문어는 사냥감이 50가지가량 됩니다. 사냥감마다 사냥 방법이 다른데, 잡기 어려운 사냥감은 사냥법이 더 특별합니다. 모래나 조개껍데기를 활용한 위장술도 인간 상상력을 초월하지요. 영화에 빠져들면 문어가 얼마나 ‘혁신적인’ 동물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영화는 영상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두 생명체의 특별한 교감에서 힘을 발휘한다. 두려움을 갖고 시작된 만남, 친구가 되고, 오해가 생기고, 그 과정에서 상어로부터 공격을 받은 문어가 다리 한 쪽을 잃는다. 그리고 새끼를 낳은 암컷 문어의 죽음. 그 순간에 문어는 나약한 연체동물이 아니라 우리와 생각을 완전히 공유할 수 있는 생명체로 다가온다.
그는 그래서 이 암컷 문어를 ‘이것’ 혹은 ‘친구’로 부르지 않고 ‘선생님’이란 존칭을 붙였다. “문어는 지능이 매우 높습니다. 다양한 행동과 교감을 통해서 꾸준히 저를 가르쳤지요.”
촬영 뒷얘기는 따로 책으로 엮었다. 책은 남아공을 제외하고는 가장 먼저 한국에서 출간된다고 그가 말했다. “칼라하리 바다 숲에서 일어난 모든 일이 담겼습니다. 영화와는 다른, 더 놀라운 얘기를 읽게 될 겁니다. 참, 영화 말미에 나온 아들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도 책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포스터 감독은 인간과 동물 사이의 관계, 그리고 공유하는 환경을 오랫동안 영상에 담으려 노력했다. ‘나의 문어 선생님’ 외에도 ‘내 사냥꾼의 마음’(2010) ‘용의 은신처 속으로’(2010) ‘위대한 춤-한 사냥꾼 이야기’(2000) 등이 있다.
원문 :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11014180734718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