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해양포럼 추진 주체 ‘국제기구’로 격상해야”
2019-11-03
올해 13회째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친 세계해양포럼(WOF)이 대회 규모나 운영, 어젠다 설정 등 측면에서 축적된 역량을 토대로 명실상부한 ‘해양 분야의 다보스포럼’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따라 향후 추진 주체를 국제기구로 격상하는 등 포럼의 질적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는 등 WOF가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사흘간 ‘해양의 축적, 미래를 쌓다’를 주제로 펼쳐진 이번 세계해양포럼은 해양수산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현실감 있는 이슈와 비전이 제시돼 다음 포럼의 발전과 이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됐다. 대회기간 내내 이어진 흥행 분위기도 새로운 비전이 제시되고 실현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했다는 평가다.
지난달 31일 열린 해운항만의 축적, 수산의 축적, 블루이코노미와 신남방정책 실현을 위한 해양수산 ODA(공적개발원조) 등의 세션은 준비한 좌석이 모자라고, 토론 시간을 훌쩍 넘길 정도로 열기가 고조됐다. 지난 1일 열린 수소선박기술 세션도 조선·해운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WOF 온라인을 통한 사전 등록자도 1000명에 이르렀고, 등록자 대부분이 현장을 방문한 것으로 파악돼 예년에 비해 내실이 다져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장하용 부산연구원 연구위원은 “WOF가 해양 학습 공간이자 관련 지식 축적의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며 “15개국 이상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포럼인 만큼 저명한 해외 포럼들처럼 국제기구로 추진 주체를 격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WOF의 13년간 축적된 대회 운영의 노하우와 대회 자체의 위상과 영향력을 고려할 때 충분히 가능한 제안이란 평가가 주를 이뤘다.
한편 포럼의 열띤 토론을 마무리한 열쇠말은 ‘도전’이었다. 지난 1일 이번 포럼을 전반적으로 갈무리한 정규세션5-에필로그 ‘미래의 축적과 해양’에 참여한 기조강연자 아지즈 바카스를 비롯해 포럼 기획위원과 세션 좌장들은 오늘날 해양의 축적이 수많은 도전의 결과임을 되새기고, 미래도 도전의 결과로 축적될 것임을 예견했다.
아지즈 바카스는 현재 세계 각국에서 부정적 트렌드가 득세하는 것처럼 보여도 그에 상응하는 극복 기제도 성장하고 있다며 낙관론을 펼쳤다. 바카스는 한국의 뛰어난 과학기술과 해양·조선 기술이 미래를 밝히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이번 포럼에 참석한 연구자들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더 진전된 결과물을 갖고 내년 포럼에서 각국의 협력과 연대를 통해 더 훌륭한 성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WOF 기획위원인 박광열 한국해양진흥공사 혁신경영본부장은 ‘슬로벌라이제이션’의 결과로 세계 무역 물동량 증가세가 주춤해지는데 2030년 부산항의 환적화물이 2000만 TEU까지 늘어날 것인지 의문이 제기된 점을 상기시기고, 제2신항 확충 전략도 물동량 증가 예측을 면밀히 반영해야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산 분야에서는 세계수산대학(WFU) 원장인 이상고 부경대 교수가 한계에 다다른 어업생산량을 늘리는 것보다 생산품의 고부가가치화와 수요 관리에 더 역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생산은 줄고 소비는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수산업이 양식을 돌파구로 여기지만 양식 생선 1마리를 얻는 데 바다 생선 5~10마리가 먹이로 들어간다”며 “많이 잡는 것보다 잡은 고기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식으로 가치사슬체계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소선박기술 세션 좌장을 맡았던 이제명 부산대 교수는 “아직은 수소 시대가 아니지만 더 이상 화석연료가 유지될 수도 없다”며 “올해 포럼 여러 세션의 공통점이 ‘혁신은 도전적 경험의 축적에서 시작된다’는 것이고, 조선 분야에서도 이미 충분히 발전한 기술을 바탕으로 수소라는 새로운 혁신 대상을 향해 도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WOF 기획위원인 평택대 이동현 교수는 “북한 나진항 2부두의 중국 조차권이 끝났고, 북한이 직접 사용하는 3부두에 대해 부산항을 어떻게 연결할지 적극 대처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 동북2성 물량이 현재는 러시아와의 통관 문제 때문에 다롄으로 가지만 나진항을 통해 이 환적 물량을 부산항으로 끌어들이도록 나진항 운영권 확보에도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석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은 바다를 방사능 오염으로부터 지켜내는 문제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냉각수를 바다에 배출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된 점을 지적하며 무책임한 방류보다는 주변국과의 공조로 해결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문: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191103192051305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