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세계해양포럼 기획위원
세계 경제 긴축으로 운임 급락
2~3년 해운·조선 큰 혼란 예상
공적 기관서 예비 선박 활용 등
세계해양포럼서 열린 토론 기대
예측 가능성은 인간사에서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한다. 사람은 언젠가 사망하기 때문에 그로 인한 혼란을 피하기 위하여 상속제도와 생명보험 제도를 만들었다. 분쟁이 발생할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분쟁 해결 수단으로서 소송제도와 중재 제도가 나타났다. 상거래를 하는 상인들도 예측 가능하다면 더 많은 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 콜럼버스의 대항해시대에는 출항한 범선이 돌아올지가 불확실했다. 항해술과 조선술이 발달하여 이제는 출항한 선박은 거의 예외 없이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한다. 이렇게 안전한 선박을 활용하여 한국의 수출자는 미국의 수입자에게 지정된 일자와 장소에 상품을 전달하게 된다. 세계 무역도 이런 예측 가능성을 바탕으로 한다. 이제 예측 가능성이란 우리의 삶을 관통하는 지도이념이 되었다.
2020년 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는 예측 가능성에 큰 타격을 입혔다. 코로나에 걸린 근로자들이 일하지 못하게 되자 트럭 등 운송 수단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항구에서 내려진 수입품이 미국을 횡단하지 못하자 항구에는 수입품이 쌓이기 시작했다. 수입품을 내리지 못한 선박은 출항하지 못하고 항구에 묶였다. 한국에서 수출품을 싣고 태평양을 건넌 선박은 LA항에서 대기해야 했다. 수출품을 실어 나를 선박이 부족해졌다. 수출자는 납기일을 맞추지 못했다. 운임은 10배가량 뛰어올랐다. 더구나 경기 부양을 위해 미국은 현금을 살포했고 가수요가 늘어났다. 미국 수입품의 가격에는 10배나 오른 운송비가 가산되었고 인플레이션이 일어났다.
이제 미국은 금리를 올려서 인플레를 막으려고 한다. 수요 부족이라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운송 수요가 줄어들면서 선박 공급 초과 현상이 나타났다. 운임이 반 토막이 난 게 오늘의 모습이다. 동중국해 및 남중국해가 불안하다. 전쟁이 발발하면 우리나라의 수송로도 큰 타격을 입는다. 중동에서 원유를 싣고 오는 우리 유조선은 믈라카해협, 남중국해, 대만 수역, 제주도 남단을 거치는 항로를 택한다. 미국으로 가는 선박들은 부산, 동해, 쓰가루 해협을 거쳐 태평양으로 나가는 항로를 택한다. 긴장이 고조되면 이 항로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대체항로는 어디인가? 인도네시아 발리섬 옆의 롬복해협, 필리핀 남동을 거쳐서 우리나라로 오는 항로가 있다. 전자보다 1300마일 긴 항해를 해야 해서 3~4일이 더 걸린다. 기존의 물동량을 그대로 유지하려면 늘어난 항해일만큼 보충할 선박이 더 필요하다. 유휴 선박을 다 투입하고 나면 선박이 없다. 선박 건조에는 2년이 걸린다.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한다. 운임이 폭등한다.
코로나19 시절 10배나 인상된 운임은 미국의 물가상승에 큰 영향을 미쳤다. 미국은 반도체와 자동차 공장을 국내로 가져오는 리쇼어링을 강력하게 실시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컨테이너 정기선의 운항이 예측 불가하여 수출입의 안정화에 기여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계가 긴축으로 들어가자 운임은 급락하고 있다. 앞으로 2~3년간은 해운과 조선에도 큰 혼란이 예상된다. 높은 가격에 장기 운송계약을 체결한 화주들은 낮은 시장가격을 적용해 달라고 운송인에게 요구할 것이다. 선박의 가격도 떨어지게 된다. 선주들은 건조계약의 진행을 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높은 가격을 지급하고 건조된 선박을 인도받으면 선박의 가격이 아주 낮아서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 전쟁의 발발 등으로 인하여 해상운임이 폭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양곡의 경우 정부가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쌀농사가 너무 잘되면 쌀값이 떨어지므로 정부가 일정량의 양곡을 매입한다. 반대의 경우 정부는 양곡을 풀어서 쌀 가격을 낮추어 준다. 이를 해운산업에 활용해 보자. 공적 기관이 컨테이너 선박 몇 척을 소유하고 있다가 공급이 부족하면 임시로 선박을 투입하여 공급을 확대해 준다. 예비 선박에 발생할 비용을 얼마나 줄이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대만, 일본과 함께 공동으로 운영하는 방안, 다목적 선박으로 활용하는 방안, 물류창고로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25~27일 부산에서 열리는 제16회 세계해양포럼의 대주제는 ‘초해양시대-협력과 공존으로 번영의 길을 찾아서’이다. 미래라는 불확실성을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토론의 장이 될 것이다. 우리는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여 해운, 무역, 조선산업에서 리더 국가가 되어야 한다. 부산에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산연구원 등 연구기관이 있고, 해운사, 조선소, 항구와 바다가 있다. 해양 관련 포럼도 해마다 열린다. 전 세계 해양 분야에서 예측 가능성을 확보 달성해야 부산이 진정한 세계 해양수도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