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승 홍익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맛있는 물고기로 알려진 참다랑어. 우리나라 연안 해역에서는 거의 조업이 불가능했는데, 최근 들어 지구온난화 등 영향으로 참다랑어 떼가 동해안에 출현하고 있다. 그런데 참다랑어를 가득 실은 만선의 꿈은커녕 다량으로 버려진 참다랑어 사체들로 인해 해안이 오염되고, 오히려 ‘비용을 들여 폐기해야 하는’ 어민들에게는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이는 참다랑어의 무분별한 포획을 막기 위해 정해 놓은 ‘참다랑어 쿼터제’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정해진 어획량 이상을 육지로 가져오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에 그물에 걸린 참다랑어를 모두 해상에 버리는데, 이 중 상당량의 사체가 육지까지 떠밀려 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에 참다랑어 연안 출현
해양 환경 위한 탈탄소화 시대 과제
협력·공존으로 초해양시대 열어야
화석 연료를 활용한 인간의 산업 활동으로 인해 촉발된 지구온난화는 기후변화, 생태계 변화, 지각 변동 등 지구 환경에 온갖 변화를 야기하며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 이상기후로 인한 재해 건수는 1.7배 증가했다. 그동안 세계적으로 7348건의 재해가 발생해 123만 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재산 피해만 해도 무려 3400여조 원에 이른다. 그뿐만이 아니다. 해수 온도 상승, 산성화와 탈산소화 등 해양생태계 변화로 인해 해양 생물이 육지 생물보다 2배나 더 빨리 사라지면서 전 세계 바다의 어종 지도도 급격히 변하고 있다.
탄소 배출을 줄일 더욱 과감하고 적극적인 기술적, 정책적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초연결의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총동원한 탈탄소, 디지털 기술과 정책은 유엔을 중심으로 ‘탄소 중립(Net-Zero)’을 넘어서 ‘제로 배출(zero-Emission)’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산업 패러다임의 총체적 전환은 우리 해양인에게는 도전이면서 동시에 큰 기회를 제공한다.
선박에서 나오는 오염물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국제해사기구(IMO)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디지털 기술과 함께 저비용·고효율의 친환경 스마트 선박을 활용한 해운업은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재탄생할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
상대적으로 탄소 성분이 적은 액화천연가스(LNG) 수요가 높아지면서 ‘바다 위를 떠다니는 가스 공장’이라고 불리는 고부가가치의 신개념 선박인 LNG-RV와 해상에서 LNG를 생산하거나 저장하고, 가스 상태로 전송할 수 있는 대형 선박형 플랜트인 LNG-FSRU(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재기화 설비), LNG-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 기술력을 보유한 우리나라는 친환경을 지향하는 해양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크다.
탈탄소를 위한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무탄소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다. 해양에서는 다양한 신재생 에너지의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환경과 안전 그리고 경제성을 고려한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는다면 경제적·산업적 기회뿐 아니라 에너지 자립을 통한 국가 안보에도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
해양에너지 생산은 해양산업을 촉진하고 인간이 해양에 진출할 수 있는 더 많은 가능성을 제공한다. 대단위 양식장 건설을 통한 양식산업, 조업과 해양레저 전진 기지로서의 해양플랜트, 더 나아가서는 해상 혹은 해저 도시와 같은 국가 영토 확장의 계기도 안정적인 해양에너지가 확보될 때 가능한 일이다.
다시 참다랑어로 돌아가 보자. 수온 상승으로 어장 지도가 변하는 것을 예측하고, 변화에 적합한 수정 쿼터제를 여러 국가가 합의하여 유연하게 시행했다면 우리나라도 신선한 참다랑어로 가득한 만선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 사례는 글로벌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대응과 함께 다른 국가들과 ‘정책적 연대’도 중요함을 시사한다.
환경적 리스크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기반이 되는 핵심 기술과 이들을 시스템화할 수 있는 초연결의 4차 산업혁명 기술, 그리고 연대가 가능한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부산에서는 이달 25~27일 ‘초해양시대, 협력과 공존으로 번영의 길을 찾아서’라는 대주제로 제16회 세계해양포럼(WOF 2022)이 개최된다. 끝없는 혁신과 변화를 만들어 내는 대해양시대를 일컫는 초해양시대는 기술적, 정책적 나아가서 이념적으로 연결된 가장 상위 개념의 해양시대를 일컫는다.
해양수산부와 부산광역시, 부산일보사가 주최하는 이 행사에서는 매년 해양산업의 중요성과 기술 및 정책 현황 그리고 해양 발전을 위한 분야별 협력과 공존의 내용을 다룬다. 이번 포럼의 주제에서 볼 수 있듯이 초해양시대를 여는 열쇠는 바로 정책적 협력과 초연결 기술에 달려 있다. 참다랑어의 사체로 뒤덮인 아름다운 우리의 해안을 바로잡을 해답이 바로 여기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