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F] “조선기자재 산업도 디지털화하면 일자리 창출 가능합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2022 대한민국 해양대상’ 수상
이수태 파나시아 회장 인터뷰

탈탄소·친환경 에너지 설비 기업
업계 첫 스마트 공장 시스템 도입
직원 중시 ESG 경영 철학 실천

 

선박 평형수, 배기가스 처리설비 개발 등으로 친환경설비 제작 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파나시아 이수태(오른쪽) 회장이 ‘2022 대한민국 해양대상’을 수상했다. 정종회 기자 jjh@

“스마트 팩토리에서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면 일자리는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은 잘못됐습니다. 오히려 늘어난 매출로 추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합니다.”

조선기자재 산업에서도 디지털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 과정에서 일자리 감소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치부된다. 하지만 이러한 고정관념을 부순 이가 있다. 바로 조선기자재 산업에 30년 이상 헌신한 이수태(67) 파나시아 회장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디지털화와 탈탄소라는 시대적 흐름을 읽고 미리 대비해 온 덕에 기후위기와 코로나19도 파나시아에게는 기회로 작용했다. ‘2022 대한민국 해양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수태 회장을 미리 만나 지나온 그의 경영철학을 엿봤다.


■시대를 앞선 ESG 경영

조선기자재 산업에 30년 이상 헌신한 이 회장은 ‘새로운 창조에 도전하는 기업’이라는 창업정신을 가지고 있다. 이에 걸맞게 남들보다 빠르게 탈탄소와 디지털화를 진행했다. IMO(국제해사기구)는 다양한 선박 온실가스 감축 규제를 실시하고 있고, 이는 대부분 해운기업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 반면, 친환경 선박을 기반으로한 해운기업은 반대로 경쟁력을 가진다. 지금 IMO의 시간표는 2008년 대비 2030년 40%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2050년 50% 감축목표를 수립하고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고 있다.

 

1989년 선박 제어 계통의 부품 제조로 사업을 시작한 파나시아는 30여 년간 대기 환경 개선과 수처리에 특화된 친환경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며 친환경 에너지 설비 전문기업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주력 제품은 선박의 엔진과 보일러에서 발생되는 배기가스에 포함된 황산화물을 해수와 반응시켜 제거하는 황산화물저감장치와 오염물질 없이 선박평형수 배출을 도와주는 ‘선박평형수처리장치’ 등 선박구성부품의 제조와 판매다. 파나시아는 친환경 선박 기자재와 관련된 수요가 많을 것이라 판단하고 각종 환경분야 기술을 집약한 기자재 분야에 집중해 왔다.

특히, 황산화물저감장치의 경우 IMO가 전 세계 선박으로 그 기준을 강화했다. 다른 해운업계에는 위기인 시기가 파나시아에게는 경쟁력과 기회가 된 셈이다.

이 회장은 “수소산업을 미래성장 동력으로 보고 수년 전부터 준비했다”면서 “친환경 설비분야의 선두주자 파나시아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격리하고 새로운 친환경 에너지원인 수소를 생산하는 두 가지 기술을 모두 개발하고 있다. 특히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의 경우 대기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이산화탄소 포집·저장’기술과 이산화탄소를 고부가화합물로 전환하는 ‘포집·활용(CCU)’ 기술을 결합한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나시아의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장치’는 화력발전소나 선박 등 대량 배출원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아민 계열의 액체 흡수제를 사용해 분리·회수하는 친환경 기술이다.

■팬데믹을 기회로 바꾼 스마트 공장

파나시아는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2016년 조선기자재 업체 최초로 스마트 공장 시스템을 도입했다. 파나시아는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을 활용해 선박평형수처리장치에서 밸러스트수 살균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인 자외선(UV)램프를 생산하고 있다. 파나시아는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을 도입한 뒤 UV램프의 일일 생산량 375% 증가, 불량률 85% 감소, 제조 원가 30% 감소 등의 혁신적인 결과를 이뤘다. 또한 스마트 관제시스템을 통해 오류를 빠르게 잡아낼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오류나 고장도 바로 분석이 가능하다. 이 회장은 “스마트팩토리가 일자리를 뺏는다고 보통 얘기한다”며 “하지만 우리는 저원가 고품질 제품을 생산했고, 여기서 늘어난 매출로 또 다른 인력을 뽑는다. 스마트팩토리 도입 전 인력이 120~150명가량이었다면, 도입 후에는 직원이 300명가량됐다”고 말했다.

 

또한 코로나19 확산세 이전부터 파나시아는 세계적인 항구에서 플랫폼 경영을 펼쳐 왔다. 각 항구에 서비스 에이전트를 두었는데, 1~2년에 한 번씩 현지 교육을 진행한 덕에 협력업체들이 팬데믹 상황에서도 대면하지 않고도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었다. 디지털화를 통해 현지 교육 틀을 만들어뒀던 이 회장의 혜안이 빛을 본 셈이다. 이 회장은 “스마트 공장을 통한 디지털화, 플랫폼 경영을 통해 우리 기업이 중소기업임에도 대기업 못지않은 시장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람을 중시하는 경영철학

이 회장은 ‘남을 이롭게 함으로써 나를 이롭게 한다’라는 문장을 경영철학으로 삼고 있다. 그만큼 직원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ESG 경영을 일찍부터 시작한 것은 바로 남을 이롭게 하면 결국 내가 이롭다는 경영철학을 마음 깊이 새긴 결과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1987년 잘 다니던 현대중공업을 그만두고 창업을 한 계기도 바로 나라를 잘살게 하고 싶다는 욕망 때문이었다”며 “외국산에 의존하는 조선기자재 산업에 안타까움을 느꼈고, 원천 기술을 개발해 조선기자재 국산화를 이루고 싶었다”고 전했다.

파나시아는 직원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견문을 넓히고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회장은 직원을 단순히 노동력으로만 보지 않고, 인간으로서 자아실현을 할 수 있도록 대학·대학원 입학을 지원한다. 파나시아에서 이 같은 도움으로 성장한 직원은 파나시아를 떠나지 않고 오히려 회사에 헌신한다.

견문을 넓히기 위해 직원들과 함께 책도 읽는다. 간부부터 말단 직원들까지 같은 책을 읽고 독서토론을 통해 느낀 점을 공유하면서 업무적으로 적용시킬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이 회장은 “시야를 넓히기 위해 직원들과 다양한 책을 함께 읽고 있다”며 “첨예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다양한 시각과 전략들을 익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이 독서를 통해 성장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